Think Hard의 발견
황농문 저자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순간을 맞이하게 됩니다. 인생의 방식뿐 아니라 연구 방식까지 변화를 가져와야 했던 이야기를 황농문 저자의 몰입에서 만나봅니다.
그러던 중 중대한 사건이 일어났다. 니스트의 펠로 Fellow(석학회원) 연구원인 브라이언 론 Brian R.Lawn 박사가 자기가 한 연구를 세미나 형식으로 발표하게 된 것이다. 그가 선택한 주제는 몇 년 동안 연구해도 논문 한 편이 나올까 말까 하는 매우 어려운 문제였다. 그는 지난 몇 년 동안 끈질기게 한 문제에만 매달려 씨름해 왔는데 이제 그 중간 결과를 발표한다는 것이었다.
연구가 어렵든 쉽든, 논문을 쓸 수 있든 없든 간에 재료 분야에서 중요한 주제이기 때문에 연구한다는 론 박사의 태도는 내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론 박사처럼 책임감과 자부심을 갖고 연구를 하면 은퇴하거나 죽을 때조차 후회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만약 내가 은퇴할 때 나의 연구 결과에 만족하지 못한다면 그 이유는 그때까지 연구에 임한 자세 때문일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논문을 몇 편 쓰든 내가 그 연구를 수행하면서 최선을 다했다면 후회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때까지 내가 걸어온 길을 돌아보니 내가 가진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고, 최선을 다하여 연구를 수행했다고 볼 수 없었다.
석-박사 과정에서는 주어진 기간 안에 학위 논문을 끝내야 한다는 제약 때문에 졸업 여건을 충족하는 데 큰 비중을 두었고, 연구소에 와서는 프로젝트마다 주제의 제약, 시간의 제약, 주위 환경의 제약, 연구 분위기의 제약 등이 있었고, 꼭 집어 이야기하기는 어렵지만 최선을 다해서 연구 활동을 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다.
론 박사의 세미나 이후 나는 오랜 갈등을 끝내고 명확한 답을 얻게 되었다. "지극히 현실에 순응하는 삶을 살면 그 순간은 편할지 모르지만 인생을 정리하는 단계에서는 후회를 하게 된다. 현실적인 어려움과 능력의 한계에 이르더라도 정말 중요한 문제 그리고 꼭 해결해야 하는 주제를 선택해 최선을 다해 연구하면 후회가 없을 것이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니, 그동안 내가 현실에 적응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음을 깨닫게 되었다. 연구에 대한 노력을 논문 편수 늘리는 데 쏟았고, 그러다 보니 논문을 쓰기 어려운 연구는 피해 가고 있었다. 나의 아이디어는 모두 논문을 내는 데 초점을 두고 있었던 것이다.
그 순간 나는 윤 교수님의 말대로 작품을 만들듯 연구를 하고 논문을 쓰리라 굳게 결심했다. 일생을 두고 작품을 추구하는 자세를 가져야 어릴 적 과학자에 대한 꿈도 이루고, 숨겨진 나의 잠재력도 발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나는 여기에서 인생의 중요한 교훈을 깨달았다. 살아오는 동안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느냐 못 하느냐는 삶의 질이 달려 있다는 것이다.
나는 인생의 방향뿐만 아니라 연구 방식에까지 두루 변화가 필요한다는 것을 절감했다. 더 이상 논문 쓰는 것을 목적으로 할 게 아니라 내가 연구하는 분야에서 정말 중요하고 해결해야 할 주제를 선택해, 시간이 얼마가 걸리더라도 내 능력을 모두 발휘하기로 했다.
이제 남은 문제는 어떻게 하면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니스트의 펠로들은 다른 연구원들에 비해 많은 시간을 생각하면서 보낸다. 한 펠로 연구원은 실험 데이터가 그려진 16절지 크기의 종이 한 장을 항상 들고 다니면서 생각에 골몰했다. 복도를 걸어갈 때나 커피를 마실 때나 세미나에 참석할 때나 변함없이 그 메모지를 들고 다니면서 수시로 들여다보는 것이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연구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머릿속에서 하나둘 정리가 되어갔다. 자신이 풀 수 없을 것 같은 문제라도 포기하지 않고 그 문제에 대해서 계속 생각하는 것이 자신의 두뇌를 최대로 발휘하는 것이라는 데 생각이 미친것이다. 그리고 의식이 있는 한 내 연구와 관련하여 풀리지 않는 문제를 생각하는 데 모든 시간과 노력을 쏟아붓겠다고 결심했다.
연구의 우수성은 그 문제를 얼마나 오랜 시간 집중해서 생각하느냐에 달려 있다. 매일 열심히 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던 기존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머리를 쓰지 않으면 아무리 열심히 해도 그저 그런 연구 결과밖에 얻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자 나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 열심히 일한다고 남들보다 두 배 이상 잘하기 힘들지만 열심히 생각하는 것에 인생을 온전히 던져볼 만했다. 이른바 'Work Hard'의 패러다임에서 'Think Hard'의 패러다임으로 일하는 방식 자체를 바꿔 탄 것이다.
포닥을 마치고 표준과학연구원으로 돌아온 나는 니스트에서 배운 교훈을 실천하기 시작했다. 또한 니스트에서 배운 상태도 연구에 대한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 연구계획서를 작성하고 발표했다. 그런데 그 모든 의욕이 한순간에 무너지고 말았다. 연구 내용이 과제 선정에서 탈락된 것이다. 장기적으로 연구할 주제를 선정하여 1년 동안 니스트에서 훈련을 받고 왔는데 연구비를 주지 않으면 어쩌란 말인가? 이것이 바로 현실이었다. 상태도 연구는 그 당시 국재 현실에서는 그렇게 시급한 문제가 아니었다.
갈 길을 잃고 황망히 앉아 있던 내게 주어진 것은 다른 연구원이 이직하면서 남기고 간 저압 다이아몬드에 관한 연구였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저압 다이아몬드 연구를 시작했다. 어쨌거나 이 연구를 통해 니스트에서 익힌 교훈을 실천하는 수밖데 없었다. 나는 스스로에게 저압 다이아몬드 연구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강한 암시를 불어넣었다. 시간이 조금 걸리긴 했지만, 놀랍게도 어느 순간 나는 그것을 믿고 그에 따라 행동하고 있었다.
뒤이어 주어진 문제 하나에만 집중하기 시작했다. 일단 문제를 설정했다. 이 연구 주제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무엇가? 그것은 왜 저압에서 안정 상인 흑연이 생성되지 않고 준안정 상인 다이아몬드가 생성되는가에 대한 의문이었다. 이 문제는 그 당시 해당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였다. 그러나 이 문제를 프로젝트 기간 내에 풀기란 불가능해 보였다. 어쩌면 내 능력으로는 평생을 노력해도 풀 수 없을지 모르는 일이었다. 그러나 나는 도전하기로 결심했다.
거의 불가능해 보이는 수준의 일을 하도록 자신을 채찍질하지 않으면 결코 내 안에 숨겨져 있는 잠재력을 끄집어낼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힘을 보태고 있었다. 잘못하면 죽도 밥도 안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주어진 문제에 몰입하기 시작했다.
이런 태도는 나를 완전한 몰입 상태로 이끌었다. 그리고 몰입을 오랜 시간 유지하면서 두뇌 활동의 극대화와 지고의 즐거움을 동시에 경험하게 되었다. 모진 가시밭길일 것이라고 예상했던 그 길이 천국으로 가는 길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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