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하는 일이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일이다
황농문 저자는 윤 교수와 로스 박사를 만나면서 삶의 전환을 가져옵니다. 그들의 삶을 동경하게 되고 연구 이외에는 그 어떤 것도 관심을 두지 않고 오직 연구에만 몰입하기로 합니다. 황농문 저자의 몰입에서 그 이야기를 만나봅니다.
사람들은 모두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지만 대부분은 이 능력을 전혀 발휘하지 못하고 인생을 마친다.
각 분야의 정상에 있는 사람은 자신의 잠재력을 어느 정도 발굴해 낸 사람들이다 문제는 이런 잠재력이 절대 저절로 발휘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자신의 능력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해 보이는 수준의 일을 하도록 강요받지 않으면 내 안에 숨어 있는 능력은 영원히 빛을 못 볼 수도 있다. 잠재력을 끄집어내는 과정은 고통스럽지만, 한계를 뛰어넘어 잠재력의 발현을 경험하는 것은 살면서 느낄 수 있는 몇 안 되는 소중한 순간일 것이다
이 시절에 나를 바꾼 또 다른 가르침은 프로가 되려면 자신이 연구하는 분야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하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믿어야 비로소 자신의 인생을 던져서 그 일을 하게 되고 그래야 일이 재미가 있고 경쟁력도 생긴다는 것이 윤 교수님의 가르침이었다.
교수님 자신도 당신이 하는 연구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인것처럼, 다른 일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모든 사회 활동이나 사교 활동은 접어둔 채 오로지 연구에만 전념했다. 그러나 나는 연구가 아닌 다른 일에도 적당한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더 바람직해 보였다. 세상에 대한 관심을 모두 끊고 자신의 연구에만 '올인'하는 프로페셔널리즘을 실천한다면 희생할 것이 너무 많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시만 해도 그러한 삶에 적잖이 거부감을 갖고 마음 깊이 받아들이지 못했다. 교수님의 가치관이 몰입적인 사고를 실천하는 데 그리고 그 이후의 삶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건 시간이 더 흐른 후의 일이었다.
박사 학위를 받고 대전에 있는 표준과학연구원에 취직을 했지만 워낙 해야 할 일의 종류가 많고, 연구와는 직접 관련되지 않은 일들에 시간이 분산되었기 때문에 진지하게 연구만 하기는 매우 어려운 분위기였다. 학생 때처럼 연구 주제와 관련된 논문을 읽고 있으면 한가한 사람으로 취급하는 듯했다. 이때부터 또다시 '이곳에서의 최선'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 당시만 해도 정부출연연구소에서 해야 하는 일이 무엇인지에 대해 명확하게 정의된 바가 없었다. 연구소에서 쓰는 보고서는 논문처럼 심사나 평가를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논문만큼 정성을 들이지 않아도 되었고, 실험을 하거나 데이터를 분석하거나 보고서를 작성할 때도 별다른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할 수 있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구체적으로 저명한 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해야 한다는 몇몇 연구원들의 주장이 있었고 나 역시 논문을 몇 편 발표했지만, 당시 연구소에는 논문을 쓰는 연구원이 별로 없었고, 논문을 쓰라고 권장하는 분위기도 아니었다. 그러다가 미국의 국립표준기술연구소 NIST(이하 니스트)로 박사 후 과정 post-doc(이하 포닥)을 가게 되었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이 바로 로버트 로스 Robert S. Roth 박사였다.
로스 박사는 세라믹스의 상태도에 대한 연구를 40여 년간 해온 인물로 자신이 하는 연구 이외에 세상 어떤 대상에도 거의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저 사람은 도대체 무슨 재미로 사나 의아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의 얼굴에서 지루함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굉장히 행복해하는 얼굴이었다. 니스트에는 이러한 연구원들이 몇 사람 더 있었다. 카이스트의 내 지도 교수 같이 연구밖에 모르고 사는 별난 사람들을 여기서 또 보게 된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생각과 자세에 무언가 나와는 맞지 않는 구석이 있었다. 그러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다른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누가 옳은가? 내가 옳은가 아니면 윤 교수님이나 로스 박사가 옳은가? 저 사람이 근무하는 직장은 연구소이고 저 사람의 직업은 연구원이다. 연구소에서 근무하는 연구원이 자신이 하는 연구에만 관심이 있고 종일 즐거운 얼굴로 연구만 하는데, 나는 무엇이 왜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걸까? 혹시 내가 잘못된 것은 아닐까? 어쩌면 내가 아마추어이고, 그분들이 정말 프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1년 동안 로스 박사와 같이 연구를 하다 보니 이 사람의 인생이 하도 단순해서 나에게 그의 전기를 쓰래도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태어나서 밥 먹고 연구하다 죽었다'가 전부일 테니까. 여러 가지 생각 사이를 오가다 결국 직업 연구원이라면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 더 옳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너무도 비슷한 두 사람, 윤 교수님과 로스 박사를 만나 그들의 삶을 지켜보니 그동안 내가 매몰되어있던 가치관이 얼마나 잘못되어 있었는가를 실감할 수 있었다.
문득 나도 한번 그렇게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처럼 연구 이외의 어떤 문제에도 관심을 두지 않고, 오직 연구 자체를 인생의 목적으로 삼고 살겠다고 결심했다. 그래서 내 자서전에도 "태어나서 밥 먹고 연구하다 죽었다"라고 단순하게 기록되었으면 하는 생각을 갖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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