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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income
독서

우연이 아닌 필연

by []).push 2021. 5. 5.

 

 

우연이 아닌 필연

 

 

“우연이
우연이 아닌 필연

 

 

물론 생각에 잠겼다고 해서 바로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오는 것은 아니다. 한동안 지루할 정도로 아무런 진전이 없이 같은 생각만 반복하다가 어느 순간 아이디어가 떠오르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다시 답보 상태에 들어가고 다시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상황이 반복된다. 그런데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는 그 당시 생각하던 것과 전혀 논리적으로 연결이 되지 않은 채 갑자기 그리고 우연히 한순간의 영감에 의해 생기는 듯한 느낌이다.

 

그래서 그 순간, 운이 좋아서 그 아이디어가 머리에 떠올랐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그러나 경험이 쌓이다 보면 우연이나 운에 상관없이 몰입 상태에 돌입하기만 하면 항상 아이디어가 떠오른다는 것을 알게 된다. 몰입을 하는 동안에는 말할 수 없이 기분 좋은 우연이 하루도 예외 없이 일어난다.

 

초기에는 몰입 상태에서 빠져나왔다가 다시 몰입에 들어가려 할 때마다 이틀을 꼬박 아무것도 못하고 발버둥을 쳐야 했다. 주어진 문제에만 집중하려고 애를 쓰며 불안감을 달랬다. 이제까지는 운이 좋아서 좋은 아이디어들을 얻었는데 이번에도 운이 좋을 수 있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몰입 상태만 되면 어김없이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수년 동안 이런 경험을 반복하면서 이것은 우연이 아니라 우연처럼 느껴지는 필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왜 몰입 상태에 들어가기만 하면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리는지, 그 사이에 숨겨진 연관성을 찾기 시작했다. 물론 여기에도 몰입이 이용되었다. 몰입 상태에서는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빈도가 평소보다 10배에서 100배까지 높아지기 때문에 아이디어가 생기는 원리를 규명하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으리라 자신감이 있었던 것이다. 

 

이때부터 아이디어가 불현듯 떠오르면 다시 생각을 역으로 추적하여 어떠한 방식으로 그 아이디어가 떠올랐나를 면밀히 분석하기 시작했다. 물론 논리적으로 전혀 연결되지 않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 추적을 거듭할수록 그야말로 밑도 끝도 없이 우연히 떠오른 것이라는 생각만 강해졌다.

 

하필이면 그 순간에 운 좋게 그 생각이 떠올라서 문제를 해결하거나 돌파구를 찾는 것이다. 아이디어나 영감은 내가 끌어내고자 할 때 곧바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내가 노력을 기울였던 시점과는 상당한 시간차를 두고 예기치 않게 나왔다.

 

이미 내 안에 있는 아이디어

 

아이디어가 얻어지는 원리를 추적하던 중 한 번은 아주 특별한 경험을 하였다. 책상에 앉아 몰입 상태에서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는데, 한순간 중요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 아이디어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은 알겠는데 내용이 무엇인지는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아이디어가 아지랑이처럼 희미하게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바로 그때 열려 있던 사무실 문 앞에 누군가가 나를 만나기 위해 서 있었다. 내가 앉아 있는 위치에서 누군가 문 앞에 서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었지만 그의 얼굴을 식별하려면 고개를 돌려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만약 내가 그를 향해 고개를 돌려 이야기를 시작하며 아지랑이 같은 그 아이디어를 놓칠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고개를 돌리지도 못하고 잔뜩 긴장한 채 아지랑이같이 희미한 그 아이디어를 노트를 적었다. 그러고 나서 고개를 돌리니 기다리던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나는 지금도 그 당시 문 앞에 서 있던 사람이 누구였는지 모르지만, 이 경험은 아이디어가 얻어지는 원리를 추적하던 나에게 아주 결정적 단서를 주었다. 나는 그 당시 떠올랐던 아이디어가 매우 중요한 것임은 알았지만 그 내용까지는 몰랐다. 어떻게 이러한 것이 가능한가?

 

이유는 그 아이디어가 순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이미 내 머릿속에 있었기 때문이다. 내 안에 존재하지만 깨닫지 못한, 아지랑이같이 희미한 의식 저편의 기억을 바로 그 순간에 끌어낸 것이다. 그렇다면 이 아이디어가 생긴 건 언제일까. 몰입적 사고를 오랫동안 경험하면서 내가 알게 된 사실은 아이디어는 잠이 들 때 잘 떠오른다는 것이다.

 

문제에 대한 생각을 하다가 낮에 잠깐씩 선잠이 드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경우도 많고, 집에서 초저녁에 잠이 들어 새벽에 깰 때는 거의 예외 없이 아이디어와 함께 잠에서 깬다. 그리고 새벽에 일어났을 때 가장 활발하게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이러한 경험을 하면서 나는 낮에 생각을 하다가 졸리면 졸음을 참기보다는 그대로 편하게 앉아서 머리를 뒤로 기대고 자는 습관이 생겼다.

 

의자에 앉아 선잠이 들면 아이디어도 잘 떠오르고 정신이 맑아져 컨디션도 좋아지는 것을 경험으로 알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경험으로 미루어보아 낮에 우연히 떠오른 아이디어는 잠이 들었을 때 떠오르는 것이라는 강한 확신이 들었다. 서양 속담에 중대한 문제가 있을 때 잘 풀리지 않으면 잠잘 때 그 문제를 생각하라는 'Sleep on the problem.'이라는 말이 있다. 이러한 속담이 생길 정도라면 자는 동안 문제가 잘 풀린다는 것은 사람들이 자주 겪는 일인 것이다. 또한 위대한 발견들이 꿈에서 혹은 선잠을 자다가 이루어졌다는 일화도  많이 있다.

 

그런데 낮에 우연히 떠오른 아이디어가 수면 상태에서 얻어진 것이라면 이것이 왜 기억나지 않다가 문득 떠오르는 것인가? 이 현상을 이해하려면 수면에 대한 뇌과학을 참조하여야 한다. 다음 장에서 설명할 뇌과학 지식으로 이러한 현상을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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